오피니언

김재성 주필-산토끼와 난민..제주난민과 사마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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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 까지만 해도 산골마을에 혹한기가 되면 산토끼가 인가의 부엌을 찾아드는 일이 가끔 있었다. 마을의 불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들어온 토끼를 사람들은 잡지 않고 보내 주었다. 1년에 한두 번, 고기 맛을 볼까 말까하는 형편이지만 재난을 피해 찾아든 짐승을 차마 잡지 못하는 측은(惻隱)지심이었던 것이다. 이 측은지심을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羞惡)지심과 함께 사람이 사람 된 단서라고 했다.

지난 6월 25일 제주공항에 기습적으로 내려 난민 신청을 한 549명의 예맨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내전으로 인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혹한을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산토끼처럼 죽는 셈 치고 최후의 선택지를 향해 무작정 날아온 사람들이다. 

1576년 이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던 예맨 역시 다른 이슬람 국가처럼 서구 열강의 1~2차 대전 후유증으로 끝없는 내출혈에 시달리는 나라 중 하나다. 북 예맨은 터키가 1차 대전에서 패배한 덕택에 독립했으나 왕당파와 공화파가 분열돼 싸우다가 1970년에 공화파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남 예맨은 1967년 구 소련의 지원으로 공산화되어 남, 북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내전은 1994년 북 예맨의 승리로 통일을 보았으나 통일 후에도 내분이 거듭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예맨 국민은 극심한 식량난 등 생존 위협에 봉착해 있으나 아무도 이들의 불행을 해결해 줄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의례적이나마 나서게 되어있는 국제사회도 못 본체 하는 가운데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은 오히려 내분의 각 정파세력에 줄을 대고 무기를 공급하면서 성능 실험도 하고 돈도 버는 재미를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못난 조국에 태어난 죄로 한국에 온 예맨인들은 성폭행, IS 무장세력 등 의심을 받으며 한국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는 것이 마치 천국행 티켓이라도 되는 양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안됐지만 불청객, 이들은 왜 하필 대한민국을 선택했을까? 비자 없이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노 비자’ 지역이라 일단 편리해서가 전부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 및 의정서에 가입한 이래로 2000년도엔 유엔난민고등무관사무소 상임이사국에 선출된 나라다. 거기에다 2002년 월드컵, 김대중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선출 등 난민들 눈에는 희망의 땅 애급을 탈출한 유대인들의 가나안 복지 같은 땅으로 비쳤을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이미지, 그리고 제 발로 뛰어든 토끼를 살려서 보내주는 측은지심의 국민 치고는 이들에게 너무 야박하고 너무 폐쇄적이고 너무 교만하지 않은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난민 때문에 곤란을 겪는 유럽은 전체인구 대비 난민 숫자가 5~10%대에 이른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10%는 510만명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재까지 난민 숫자는 기 백명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30개 OECD 회원국의 인구대비 난민 비율은 1000명 당 2명이다.(2009년 기준) 스웨덴 8명, 독일 7명, 영국 4명, 미국 8명, 일본 1명, 우리나라는 2000명 당 1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물론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 개신교 국가 중에 가장 많은 오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으면서 찾아온 나그네를 이교도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세다.

예수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이 시대의 이웃은 과연 누구인가? 성경에 사마리아인들이 강도를 만나 갈 곳 없는 유대인을 환대한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곱0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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