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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수 칼럼-러시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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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감사 옴부즈만, 공학박사  류 정 수

 필자는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해외여행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오랜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하바롭스크, 이루크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러시아어로 ‘동방 정복’이라는 뜻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본래 중국 청나라 땅이었으나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이 땅을 러시아에 내주었고, 러시아는 작은 어촌을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군항으로 만들고 인구 60만의 도시로 변모시켰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는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11시간 30분 동안 탔는데 창밖의 풍경은 끝없는 벌판과 숲이어서 지루할 정도였다. 모스크바까지는 9334㎞로 7박 8일 걸린다고 하니 대단한 거리이다.

 러시아 극동지방의 최대도시인 하바롭스크는 아무르강(흑룡강, 중국어로는 헤이룽강)을 끼고 있다. 1896년에 세워진 향토박물관에는 그 지역의 역사, 풍속, 자연에 관한 자료와 원주민들의 생활상이 잘 전시되어 있었는데 여러모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과 매우 흡사했다.

 흑룡강의 검붉은 강물이 연해주에 거주했던 선열들을 기억나게 해주었고, ‘신한촌 기념탑 문’은 연해주가 우리에게 자주와 독립의 요람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바롭스크에서 비행기로 3시간 30여 분이 걸리는 이루크츠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 중 한 지점으로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바이칼 호수는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만큼 컸는데 그 잔잔함과 투명함이 뭐라고 글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높은 가을 하늘과 깨끗한 호숫물은 그 자체가 그림이었다.

 이루크츠크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는 비행기로 7시간 반 정도 걸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 시절에는 레닌그라드라고 명명되었었는데 러시아 문화의 보고일 만큼 대단한 도시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흐르는 네바강의 야경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겨울궁전과 에르미타슈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눈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1703년 표트르 대제가 네바강의 습지에 운하를 만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여 제정러시아의 수도로 만든 것과 그곳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한 인물의 위대함과 건설에 참여한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이 함께 다가왔다.

 습지 위에 운하를 만든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1700년대 초에 수십 톤이 넘는 거대한 돌기둥을 세우고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토질기술사인 필자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1888년과 1889년 두 차례에 걸쳐 병조판서를 역임한 민영환(1861∼1905)은 한일합방으로 자결하였는데 1896년 특명전권공사로 겨울궁전에서 치러진 러시아 황제(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였다. 그의 눈에 러시아와 겨울궁전은 어떻게 비추어졌었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0여 분 거리이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로 면적은 서울의 4배 정도이고, 인구는 서울보다 조금 많은 1200여만 명이다.

 1935년에 개통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깊이에 있어서 세계 최고일 것이다. 포베디역은 그 깊이가 지하 100m에 가깝다고 하니 그 당시의 기술력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크렘린궁전, 성 바실리 대성당, 붉은 광장 등이 유명하지만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모스크바에는 단독 주택이 한 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스크바 공국의 대공인 이반 3세(1462∼1505)는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났고, 이반 4세(1530∼1584)는 모스크바 공국의 주변 나라들을 통일해 러시아 황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러시아는 유럽의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유럽의 변방 국가였다. 표트르 대제(1672∼1725)에 이르러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강국이 되었다.

 레닌과 스탈린을 벗어나 새로운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러시아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은 그 나라가 바로 우리 이웃에 있기 때문이며, 개척해야 할 광활한 영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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