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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수 칼럼-선발(選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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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감사 옴부즈만, 공학박사  류 정 수
 
 얼마 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청의 “2019 환경미화원 신규채용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체력심사를 통과한 19명(동점자 포함) 중 5명을 선발하는 면접이었다.

 취업이 어려운 탓에 구진 일인데도 공무원 신분을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여긴 이삼십대의 청년들이 대거 지원하였다. 약간의 사십 대와 4년제 대졸자도 몇 명 있었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체력장을 통과한 점수(60점 만점)에 면접점수 40점을 더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이므로 면접점수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의 부담이 컸다.

 지원 동기, 환경미화원 업무에 대한 인식도, 사명감 및 성실성, 대민봉사 가치관, 가족의 동의 여부, 근무시간 및 작업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 생활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본인의 참여 정도 등을 6명의 심사위원이 다양하게 물었다.

 환경미화원을 꼭 해야만 된다고 하는 노모와 처자를 거느린 가장부터 부모님이 환경미화원이어서 자기도 환경미화원에 그리 거부감이 없다고 하는 지원자까지 누구를 떨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지원자 모두가 간절한 사람들이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학교의 신입생을 뽑는데에도 참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지원한 학생을 모두 다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주변 학교들의 신입생을 감소시켜 각 지역의 학교들을 공동화시킬 수 있기에 지원자 모두를 수용할 수가 없다.

 원서를 제출한 학생 중, 우리네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강렬한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뽑아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이지만 학생 선발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진학한 학생 중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 붙고 잘하지 못한 학생이 떨어지면 잡음이 없지만, 그 반대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떨어지고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합격하게 되면 선발기준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게 된다.

 실제로 어느 해에 같은 학교 지원자 중 1등 생은 떨어지고 다른 학생들은 다수 붙은 적이 있었다. 말썽의 소지가 될 수 있기에 떨어진 이유를 조사해보니 국어에 해당하는 언어능력 면접에서 20점 만점에 1점을 받은 것이다.

 중학교는 지필고사를 보지 못하게 되어 있어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인성에 관련된 것을 각 과목 당 20점씩 배점하여 총점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어느 한 과목만 최고점을 받는다고 붙는 것은 아니지만 배점표가 균등하게 등간격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 한 과목을 10점 이하로 받으면 합격권 내에 들어오기 어렵게 되고, 5점 이하로 받으면 거의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 학생이 1점을 받은 것이었다. 사유를 알아본즉 해당 교사 질문에 입을 꼭 다물고 대답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면접시험은 말을 해야 점수를 얻는데 대답을 하지 않았으니 줄 점수가 없던 것이다.

 말하지 않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제일 먼저는 학생이 학교나 교사를 거부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질문이 마땅치 않거나 답이 모호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선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심사는 정량적인 기준표를 만들면 가능하게 되고, 객관성은 면접시험 대상자와 무관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면 가능하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 부모의 음덕을 통해 자제가 덕을 보는 음서제도보다 과거시험에 의한 방법이 더욱 빛을 보았던 이유는 기회 균등, 공정성, 객관성과 투명성을 더하여 선발된 사람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와 지방 공기업 채용 비리 등으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음서제도의 망령이 살아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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